책 소개
19년 차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의 일과 전시, 그리고 소소한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 자신을 학예사라 소개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고, 큐레이터라고 소개하면 “박물관에도 큐레이터가 있나요?”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은퇴한 유물의 오래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들을 빛나게 만드는 전시를 기획하는 박물관 큐레이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별걸 다 모르는 신입의 좌충우돌 시간을 지나 수장고의 오래된 향기를 사랑하게 되고 시간 여행자를 위해 전시 기획과 정답 없는 고민에 진심을 다하는 저자의 일상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박물관의 어느 전시 공간에 멈추어 서서 한번쯤 큐레이터의 눈으로 나만의 유물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진다. 더불어 우리 모두 이미 각자의 보폭으로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고 기억을 수집하는 큐레이터의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목차
프롤로그 – 오늘의 한정판
1. 박물관으로 출근합니다
박물관에도 큐레이터가 있나요?
학예연구사에게 필요한 시간, 578년
우주엔 블랙홀, 박물관엔 수장고
수장고로 입주합니다
박물관의 정예 부대, 건립추진단
박물관을 움직이는 사람들
레지스트라 K에 대하여
기억전달자, 은퇴한 물건
나만의 컬렉션에서 모두의 유물로
다른 사람으로 살아본다는 것
좋은 시간의 기억
아주 사적인 중박 사용 설명서
박물관 정원 예찬
2. 시간 여행자를 위한 큐레이팅
만약 당신이 큐레이터라면
안 보면 손해
전시 주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큐레이터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전시 기획, 집을 짓듯이
프리뷰의 매력
유물 선정 오디션
큐레이터에게 필요한 협상의 기술
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콘텐츠 디자인
결정적 5분을 위한 공간 연출
전시의 막바지 풍경
알기 쉽게, 보기 쉽게
큐레이터의 노트
시시콜콜한 이야기의 힘
3. 큐레이터의 하루
바람이 지나간 자리, 그다음에 남는 것
일상의 버팀목, 꾸준함
조사 노트에 담긴 추억
점심시간에 할 수 있는 일
한여름 밤의 악몽
하나의 이야기만 남겨야 한다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것
체념, 도리를 깨닫는 마음
삶을 바꾸는 결정적 만남
오픈 안 한 전시는 없다
엄마는 큐레이터
인생을 멀리 보라고 온 선물
오늘도 야근각
가장 기억에 남는 실수
기억을 부르는 향기
가만히 생각하건대
그래도, 아무튼, 성취감
에필로그 – 기억의 집
저자 소개
정명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매일 출근하는 곳이지만, 박물관은 큰맘 먹어야 간다거나 어디부터 봐야 할지 막막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는 생활인. 사라진 시간을 기억하는 과묵한 유물을 보고, 상상하고, 글로 쓴다. 유물 앞에 오래 머무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박물관은 누군가와 함께 있고도 싶고 혼자 있고도 싶을 때 찾으면 좋은 공간. 지금 당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 궁금하다면 날카로운 공기에서 빠져나와 이곳으로 오길. 무거운 외투는 벗어두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힘을 풀고 멍하니 산책길의 감촉을 느끼며 같이 걷고 싶다.
10년 넘게 산 동네에서 길을 잃거나 가끔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지하철을 탄다. 길 잘 찾는 사람과 한 가지 일을 묵묵히 하는 다정한 사람에게 약하다. 주먹을 꼭 쥐고 다짐하는 결심보다 아늑한 온기에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같은 것을 바라볼 때 특별한 말을 나누지 않아도 느껴지는 편안함이 좋다.
홍익대학교에서 한국미술사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기념 특별전 〈영혼의 여정〉을 비롯해 〈법당 밖으로 나온 큰 불화〉, 〈꽃을 든 부처〉, 〈대숲에 부는 바람, 풍죽〉, 〈공재 윤두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등 크고 작은 국내외 전시를 담당했다.
일러스트 황정하(@illust_jungha) : 프랑스 에피날 미술학교에서 이미지 내레이션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고향 금산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을 그리며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해 마을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그림일기 에세이 『오늘 내 기분은요』가 있으며, 『한번쯤, 큐레이터』, 『아빠 만날 준비됐니?』, 『오늘처럼 비 오는 날』 등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