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루브르에서 태어나 오르세에 뿌리내린 드가,
전통과 혁신을 오가다
드가는 〈에투알〉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목욕통〉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정작 그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예술가 하면 으레 떠올리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평탄한 삶 속에서 드가가 어떻게 혁명에 가까운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켰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동서양을 넘나들며 여러 예술가와 작품을 소개해온 이연식 작가가 이번에는 클래식 클라우드의 스물네 번째 책 『드가』를 통해 드가의 삶과 작품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배경도 함께 살핌으로써 드가의 삶과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드가의 흔적을 오롯이 발견할 수 있는 몽마르트르 공동묘지에서부터 그가 작품의 영감을 얻은 장소를 따라가는 것은 물론, 19세기 파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안내한다. 이 책은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어려운 지금 잠시나마 여행을 하고 온 듯한 기분 좋은 설렘을 선사한다.
1834년 파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드가는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 없이 유년기를 보냈으며, 아버지의 바람대로 소르본대학교 법학부에 진학했다. 미래가 보장된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과감히 법률가의 길을 포기하고 예술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에콜데보자르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예술을 배우기 시작해 어릴 때부터 드나들던 루브르박물관을 찾아 고전 작품들을 모사하며 예술의 기초를 닦았다. 당시 프랑스 고전주의미술의 대가인 앵그르로부터 “데생을 중시하라”라는 가르침을 받은 뒤로는 평생 그 말을 따랐다. 그러면서도 앵그르와 대척점에 있던 들라크루아의 그림에 매료된 드가는 그의 스타일도 거침없이 받아들이며 점차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나갔다. 드가는 이탈리아 체류 중에 그곳에서 본 고전 작품들을 모사하는 등 전통을 따르면서도 파리에 돌아와서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당시 미술계 관행에 따라 살롱에 걸맞은 작품을 선보여야 함에도 틀에 박힌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의 역사화 〈소년들에게 도전하는 스파르타 소녀들〉 〈바빌론을 건설하는 세미라미스〉 〈오를레앙의 비극〉을 발표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많은 예술가가 제도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했지만, 드가는 끝끝내 그렇지 않았다. 더 나아가 루브르에서 모사하던 중에 만난 마네를 통해 과거가 아닌 현재를 그려야 한다는 깨닫고 자신을 둘러싼 현실 세계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하며 현대미술의 포문을 열어젖혔다. 이를 두고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는 혁신의 편에 있으면서도 전통적이었고,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전통과 갈등을 빚었다. 체제에 순응하면서도 체제에서 벗어나 있었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본능적이고 직관적이었다.”
목차
PROLOGUE “우아한 아름다움은 평범한 속에 있다”
01 데생을 사랑한 예술가
02 인상주의적이지 않은 인상주의 예술가
03 새로운 도시의 관찰자―‘플라뇌르’ 드가
04 움직임을 향한 열정―경마와 발레
05 드가의 유산
EPILOGUE 역설의 예술가
드가 예술의 키워드
드가 생애의 결정적 장면
참고 문헌
저자 소개
이연식
화가가 되고 싶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해 서양화를 공부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과정에서 미술 이론을 배웠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은 책을 쓰고 외국 도서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다. ‘전통’과 ‘혁신’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를 동시에 보여주는 예술가 드가에게 매료되어 이 책을 썼다. 지은 책으로는 《뒷모습》 《예술가의 나이듦에 대하여》 《불안의 미술관》 《이연식의 서양 미술사 산책》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그림을 보는 기술》 《한국 미술: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신 무서운 그림》 《예술가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 《컬러 오브 아트》 《몸짓으로 그림을 읽다》 등이 있다.